본문 바로가기

Public Diary

잡석 VS 다듬어진 돌

쉰들러 리스트. 영화의 엔딩 OST “예루살라임 셀 자하브 (황금의 예루살렘)”와 함께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유대인들이 손에 작은 돌을 들고 오스카 쉰들러의 무덤 앞으로 걸어 온다. 그 돌들은 쉰들러의 묘지 비석위에 하나 둘씩 올려 진다. 왜 유대인들은 묘지에 꽃이 아닌 돌을 올려 놓을까?

 이스라엘의 돌의 나라이다. 여기 저기를 돌아봐도 돌 뿐이다. 돌은 파란만장한 이스라엘 역사와 늘 함께 하였다. 돌은 이스라엘 민족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의 심장 예루살렘은 돌-도시이다. 구도시의 옛 성은 돌산 위에 세워졌다. 영국이 오스만 투르크를 이스라엘 땅에서 몰아낸 뒤, 1918년에 최초 예루살렘 총독이 된 로날드 스토레스 (Sir. Ronald Storrs)경은 고대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 예루살렘만의 독특함을 유지하도록 베이지 색의 예루살렘 돌 (에벤 예루샬라임)을 건물 외벽에 부착하도록 하였다. 훗날 이스라엘이 독립을 한 이후에도 예루살렘은 이 건축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석양이 물들면 건물의 외벽에 부착된 돌이 황금색으로 변한다 하여 황금의 예루살렘이라는 말을 생산해 내기도 하였다.



사진: 오스카 쉰들러의 묘

 갈릴리 역시 돌 천지이다. 나사렛 목수 요셉의 아들 예수께서는 목수 일을 하였다. 당시 목수는 목공보다는 석공에 가까웠다. 그 만큼 나무보다는 돌이 더 흔하였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석공들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정과 망치로 잡석을 다듬어서 집의 기초석을 놓고 벽을 쌓아 올렸다.

보잘 것 없는 잡석도 석공에 의해 다듬어지고 기억의 의미가 부여될 때 그 돌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니게 된다. 특히 순례자들에게 성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에 남겨진 잘 다듬어진 돌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여러 해전 성지순례를 다녀갔던 한 미국인이 이스라엘 국립 고고학 협회에 약 20킬로그램이 넘는  무거운 돌 하나를 보내 왔다는 뉴스가 있었다. 사연인즉, 오래 전 성지 순례를 다녀갔던 그는, 당시 가이드에게 고대 유적 발굴 현장에 있는 돌을 살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답은 No! 였다. 그후 그가 이스라엘을 떠나기 전, 가이드가 발굴 현장에서 가져온 돌을 선물이라며 주었다. 당시에는 너무 기뻐서 돌을 받았지만 돌아와서는 늘 그 돌로 인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늘 마음 한구석에 돌이 묵직하게 그의 양심을 짓눌렀다.  결국 용기를 내어 그 돌을 돌려 주기로 결정하였다물론 그 돌은 유적 현장에 있던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잡석이 아닌 옛 역사의 흔적이라는 기억을 담고 있는 다듬어진 돌이었기에 뉴스 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사진: 집밖에 핀 아네모네 꽃 ~~~

구약성서는 돌에 어떤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까? 구약 성서에는 276회의 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 중 여호수아 4 12절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듯 하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요단강을 건너면서 열 두개의 돌을 취하여 단을 쌓으라고 말씀하신다. 이유는, 훗날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 돌을 보며 하나님께서 그 선조들을 위해 행하신 일을 영원히 기억하고 기념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 돌은 영원한 기억과 기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묘지에 와서 돌을 올려놓는 추모자는 망자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그 돌은 추모자가 잊고 싶어하지 않는, 붙들고 싶은, 따르고 싶은 망자의 삶에 대한 기억의 소망이다. 그 추모자가 세상을 떠난 후, 다음 세대의 추모자 역시 그의 묘지에 돌을 올려 놓으며 그를 기억하고 기념할 것이다.

 

            
사진: 나사렛에서 찍은 목공일하는 예수님...

세상을 떠난 이후에 누군가로부터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다오늘을 살면서 스스로를 깎고 다듬어서다른 이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는유익을 주는 다듬어진 돌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다듬어지지 않은 모난 잡석 인생을 살아서는 안된다사람이 만든 모든 것들은 유한한 것이니 언젠가는 잊혀지는 것이 자연스런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많은 돌들이 올려져 있는 묘지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삶은 쪼개지고 다듬어진 향기로운 생각행동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그러하기에그를 잊지 못하는 이들의  손에 들린 기억의 돌이 그의 무덤에 쌓여가는 것이리라


사진: 실로에 핀 백합화 (아네모네)

   

'Public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자를 고발한다  (0) 2019.06.27
리더의 무게 중심  (0) 2018.10.13
삼백예순다섯날의 사랑온도  (0) 2016.01.06
따름에 대한 보상은 없다!  (0) 2014.03.18
수가성의 목마른 영혼을 위한 물  (4) 201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