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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e Story

예수 시대 나병환자들은 돌에 맞아 죽을 수 있었다?

"나병환자는 마을로부터 격리된 생활을 하였다. 그는 일반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입술을 가리고 나는 부정한 사람입니다!’ 라고 외쳐야만 했다. 자신의 부정함을 알리지 않고 일반인과 마주 대할 경우 돌에 맞아 죽을 수 있었다!" 과연 성경 시대, 특히 예수 시대 당시의 나병환자들을 향해 묵직한 돌을 던질 수 있었을까?

부르킨 (사마리아 지역내) 그리스 정교회 (열명의 나병환자 사건 현장) 사진 제공: 이익상 목사 www.bibla.co.il

우리가 듣고 알고 있는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팩트 체크를 해 보자. 글은 무미건조하더라도 팩트만을 나열하는 형식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본 글은 M. C. Shinaal“The Social Conditioin of Lepers in the Gospels,” JBL 137 (2018):915-934. 를 중심으로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가미하여 정리한 것이다.

글은 다음 순서로 전개한다.

1. 레위기 13-14장의 나병으로 번역된 צרעת (짜라아트)란 무엇인가? 레위기 법의 짜라아트 진단과 대처 방법

2. 구약 성경의 짜라아트 이야기의 예

3. 신약 성경의 짜라아트 이야기의 예

4. 성경 외 유대 문헌적 증언을 통한 짜라아트에 대한 사회적 태도

5. 나병환자 돌에 맞아 죽다? 

 1. 레위기 13-14장의 짜라아트: 한글성경에 나병(문둥병)으로 번역한 짜라아트는 피부 질환 (skin disease)로 나병을 포함한 피부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병들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레위기 법에 의하면 짜라아트의 의심이 있을 경우

1. 제사장에게 짜라아트 증상 의심 환자를 데려간다.

2. 제사장은 피부 상태를 진찰하여 짜라아트 여부를 확진한다. (즉각적인 확진. 칠일 격리 후 재검사를 통한 확진 여부 판단. 칠일 간의 재 격리 후 확진 여부 판단)

3. 짜라아트 확진을 받은 경우 제사장은 확진자를 부정하다고 진단한다.

4. 짜라아트 확진자는 옷을 찢는다. 머리를 푼다. 윗 입술을 가린다. ‘부정하다! 부정하다!’ 라고 외친다.

5. 짜라아트 완치가 되기 전에 확진자는 진 (מחנה 마하네) 밖에 거주한다.

6. 짜라아트 완치자는 제사장의 진찰 및 완치 판정을 받는다. 이후 정결 의식을 행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짜라아트’ (나병을 포함한 모든 피부병)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2. 구약 성경의 짜라아트 이야기의 예

민수기 12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한다. 이로 인해 미리암이 짜라아트에 걸린다. 모세는 미리암이 짜라아트에서 치유되기를 간구한다. 하나님은 미리암이 칠일 간 진 밖에서 격리 생활을 할 것을 명한다. 12:14절에 의하면 미리암의 진(마하네) 밖 격리 생활은 그녀가 짜라아트에 걸려서가 아닌 부끄러운 행동으로 인해 격리할 것을 증언한다. (그의 아비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을지라도 그가 칠 일간 부끄러워하지 않겠느냐 그런즉 그를 진 밖에 칠 일을 가두고 그 후에 들어오게 할지니라)

왕하 5짜라아트에 걸린 나아만은 아람 왕의 친서를 가지고 이스라엘 왕을 직접 찾아간다. (내 신하 나아만을 당신에게 보내오니 이 글이 당신에게 이르거든 당신은 그 문둥병을 고쳐 주소서 왕하 5:6). 중간 이야기를 건너뛰어나아만은 엘리사의 말을 듣고 물에 몸을 일곱 번 들어갔다 나온 후 완치 판정을 받는다.

나아만의 짜라아트 이야기 후속 편을 보자. 같은 장에서 엘리사의 종 게하시가 나아만을 찾아가서 거짓말을 하고 선물을 받아온다. 이로 인해 게하시는 짜라아트에 걸린다. 왕하 8장에 짜라아트에 걸린 게하시가 등장한다. 이 때 게하시는 이스라엘 왕과 직접 대면하여 대화를 나눈다. 짜라아트 확진자인 게하시는 마을이나 도시 밖의 격리 생활을 하지 않았다. 짜라아트에서 완치되었다는 성경의 증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과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왕하 7나아만과 게하시의 짜라아트 이야기 사이에 성문 어귀에 거주하는 짜라아트에 걸린 네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전쟁 중에 굶주리던 이 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성에 들어가고자 할지라도 성중은 주리니 우리가 거기서 죽을 것이요 -왕하 7:4)” 짜라아트 확진자도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의 예로 볼 때, 짜라아트 확진자는 진 밖에서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는 레위기 법이 있으며 동시에 짜라아트 확진자가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증거,  심지어 성 안에서 생활하였다는 증거, 일반인과 근거리 접촉이 가능하였다는 증거를 구약 성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부르킨 그리스 정교회 교회 내부

 3. 신약 성경의 짜라아트 이야기의 예

마태복음 8- 예수께서 산상수훈 (5-7)을 마치고 산에서 군중들과 함께 내려왔다.. 이때 짜라아트에 걸린 사람 (한글 성경은 나병 환자로 번역)이 예수께 다가왔다. 성경 본문은 그 장면의 지리적 특징을 언급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산상수훈을 전하신 곳은 갈릴리 북쪽 가버나움 근처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들이 있는 산비탈로 추정할 수 있다. (8:5는 짜라아트 치유 후 예수께서 가버나움으로 들어가셨음을 증언한다). 당시 갈릴리는 마을과 마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다. 또한 마을로부터 격리된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 짜라아트에 걸린 사람 (그가 피부병 환자이든 나병 환자이든)과  마을 사람들의 삶의 현장의 분리된 선을 특정할 수도 없다. 마태복음 8장은 예수와 군중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길 어딘가에서 짜라아트 확진자가 있었고 그가 예수에게 가까이 접근하였다음을 기술한다. 예수께서 짜라아트 확진자를 치유할 때, 그 자리에 있던 그 어떤 군중도 짜라아트에 걸린 사람이 예수께 접근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누가복음 5예수께서 한 동네에 계실 때에 온 몸에 나병 (짜라아트) 들린 사람이 있어 예수를 보고 엎드려 구하여 이르되… (12). 이 구절에 의하면 예수와 짜라아트 확진자 둘 다 도시 안에 있었다. , 짜라아트 확진자가 용감무쌍하게 도시(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라고 이 구절을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이 구절은 그런 상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마태복음 26예수께서 베다니 (예루살렘 동편 올리브 산 뒤편 산비탈에 위치한 동네) 나병환자 (짜라아트) 시몬의 집에 방문하셨다. 이때 한 여자가 시몬의 집에 들어와서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붓는다. 나병환자인 시몬은 베다니라는 마을 안에 살았고 여인은 자유롭게 그 집을 방문하였다. 어떤 이들은 시몬의 나병이 완치된 후에 베다니에 살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겠지만 성경 본문은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4. 성경 외 유대 문헌적 증언

유대 사가 요세푸스는 모세에게 있었던 짜라아트 표징 (4:6) 을 근거로 짜라아트에 걸린 사람은 도시 밖, 특히 예루살렘 밖에 거주하였고 유월절 절기 참여가 금지되었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요세푸스의 출 4:6 해석이 짜라아트의 도시 밖 격리 생활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성경 구절은 아니다.

사해 사본에 따르면 짜라아트 확진자는 예루살렘 출입을 금지하였다. 짜라아트 확진자들은 예루살렘 동편에 거주할 수 있다고 기록한다. 사해 사본 기록 중에는 짜라아트 확진자는 다른 집으로부터 약 16피트 정도 떨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것을 명한다. Pseudo-Philo 에 따르면, 짜라아트 확진자의 정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나 격리 생활에 대한 언급은 없다

미쉬나에 따르면, 짜라아트 확진자는 다른 사람에게 부정함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기록한다. 따라서 확진자는 성벽으로 둘러 쌓인 마을이나 도시 밖의 격리 장소에서 생활할 것을 기록한다. 그렇다고 해서 짜라아트 확진자가 도시내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기록은 없다. 심지어 미쉬나에서는 짜라아트 확진자도 회당 출입을 할 수 있다고 증언한다. 다만 이들의 회당 출입을 위해 회당은 분리 벽을 만들어야 한다. 토세푸트 역시 짜라아트 확진자의 회당 출입이 가능하였음을 증언한다. 근대에 이르러서 예루살렘 구도시 유대인 구역 근처 (예루살렘 내)에는 나병환자촌이 있기도 했다. 

구약 성경에서는 짜라아트 확진을 받은 사람은 하나님의 심판. 혹은 죄로 인한 형벌로 이해하였다 (참고로 유대인들은 신체적 장애나 병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이해하기도 하였다 - 요한복음 5/ 9장). 그래서 짜라아트에서 완치되면 속죄죄, 속건제, 번제, 소제 (레 14:13, 14, 19, 20)를 드리도록 명하였다. 위에서 살펴본대로 성경 내외적인 증언에 따르면 짜라아트 확진자의 사회적 격리 (마을 밖 생활)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짜라아트 확진자도 일반인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문헌적 증언도 있다. 반면 짜라아트, 특히 나병 확진자가 자신의 나병을 알리지 않을 경우 돌에 맞아 죽을 수 있었다는 문헌적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존 멕아더의 마태복음 주석에 의하면 예수 시대 당시 짜라아트 확진자에게 아주 짧게 “짜라아트에게 돌을 던지는 것.” 이라는 표현이 있을 뿐 그 어떤 문헌적 증거를 통해 돌을 던지는 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미쉬나와 토쉬파타의 기록 중에 짜라아트 확진자가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 돌을 던져 "네 자리로 돌아가라! 사람들을 전염시키지 마라!" 라는 경고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 무슨 근거로, 짜라아트 확진자가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니 짜라아트의 부정함이나,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돌을 들어 그에게 내리칠 수 있다는 것을 찾았을까? 짜라아트 확진자가 마을/도시 안으로 절대 들어올 수 없고 철저한 격리 생활만을 해야 했다고만 주장하는 것인가? 예수께서 산상 수훈을 마치고 군중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짜라아트 확진자를 보셨을 때, 그렇게 흔한 갈릴리의 길거리의 돌을 손에 들고 짜라아트 확진자의  접근을 막은 갈릴리 백성은 없었다. 예수께서 한 걸음 한 걸음 짜라아트 확진자를 향해 걸어 나갈 때, 그를 향해 짜라아트 확진자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선을 넘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짜라아트 인생의 거친 숨 소리가 예수의 귓가로 들어왔다. 그 숨소리는 고통과 신음으로 가득하였다. "주여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예수의 손이 짜라아트 확진자의 어깨에 올려졌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예수의 손에도 군중의 손에도 돌은 없었다. 그 날 그 누구의 손에도 돌은 없었다. 긍휼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누군가는 짜라아트 확진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선을 넘어 자신에게 다가오면 자신의 정함을 지키기 위해 돌을 던져도 된다 하였을까? 어떻게 돌을 든 그 손으로 인해 자신의 정함이 지켜진다는 좁쌀 같은 상상속의 잘못된 전통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일까? 

유대인들은 짜라아트 확진자를 향해 돌을 들지 않았다. 설령 그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원한다면 그 자리를 피할 수 있다. 가까이 접근하여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돌을 들어 경고할 수는 있었다. 그러니 돌을 들었다! 죽일 수도 있었다!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자니 돌로 쳐서 죽여도 된다! 당신은 하나님의 저주. 심판을 받아 그런 몹쓸 질병에 걸렸으니 당신은 죽어도 된다! 라고  소리를 높일 수 있었다! 라는 엄한 상상으로 예수 시대의 유대인들의 손에 주홍글씨를 쓰지 말라! 성경내외적인 문헌 그 어떤 것도, 짜라아트 확진자를 죽일 수 있다는 권리를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부여하지 않았다. 혹 돌을 들어 확진자를 죽인다면 그는 살인죄를 범하는 것이었다. 간음한 여인은 투석형으로 죽여야 한다 라는 율법 조항이 있다 (신 22:24). 예수께서 한 간음한 여인이 돌에 맞아 죽기 전에 그녀를 예수의 뒤에 감추셨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셨다. 알베르 카뮤의 "페스트" 에,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의 공포가 오랑 시를 뒤덮고 있던 어느 주일 이런 말을 한다. "형제님들, 여러분은 불행을 겪고 계십니다. 형제님들, 여러분은 그래야 마땅합니다." 하나님의 심판과 저주라는 명목하에 죄의 멍에를 씌우고 당신은 그렇게 당해도 됩니다 라는 긍휼의 기근이 있는 말을 하지 말라! 예수께서 짜라아트 확진자에게 다가가서 손을 그 몸에 대셨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군중, 아니 그리스도인들에게 돌이 아닌 그 손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된 것인다. 

 첨언하여 중세 유럽에서는 나병에 걸린 사람들은 다음 여섯 가지를 지켜야 했다. (https://dustyoldthing.com/6-things-lepers-had-to-do/

1. 소음기 (noise makers) -구걸을 할 때 일반인에게 나병 환자라는 점을 미리 알려주는 도구 사용

2. 넝마 조각으로 된 옷을 입거나, 가슴에 하트 모양이 새겨진 옷을 입음

3. 교회 창문을 통해 교회 내부 일부를 볼 수 있도록 함

4. 도시 밖에 거주하며, 도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음

5. 바람을 등지고 걸음. (냄새가 퍼지지 않도록)

6. 도시 밖에 나병 환자 시설에서 생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