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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e Story

다음 (next) or 다른 (different) 세대?

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 공평한 주는 그가 기뻐하시느니라 (잠언 11:1) 고대 시대의 저울 추 (예루살렘 다윗 성 박물관) 

“번역은 원 저자에 대한 반역이다.”

히브리어 성경을 한글로 완벽하게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원어 성경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종종 우리는 성경 원어를 인용하여 성경 단어의 뜻을 풀어 해석 적용한다. 원치 않는 뜻 풀이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있고 그 누구도 이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하기에 좀더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예로  개역 개정 성경의 사사기 2장 10절 번역을 보도록 하자.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 (개역 개정 성경. 삿 2:10)

 현대인의 성경: “…다 죽어 없어지고 새로운 세대가 일어났는데…”

새번역 성경: “ …다 죽어 없어지고 새로운 세대가 일어났는데…”

공동번역 성경: “…다 죽어 없어지고 새로운 세대가 일어났는데…”

개역 한글: “…다 열조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가데스 바네아에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였던 12명 중, 부정적인 보고를 하였던 10명과 그들의 말에 동조하였던 출애굽 1세대 (이십 세 이상)는 가나안 땅 입성 전에 모두 죽었다. 이십 세 이하의 이스라엘 백성들, 여호수아, 그리고 갈렙만이 광야에서 40년의 방랑 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입성하였고 정복 전쟁을 치루었다. 가나안 정복을 진두지휘하였던 여호수아와 가나안 전쟁 세대 사람들이 죽었다. 이후 사사 시대에 돌입하게 되는데, 사사기 저자는 2장 10절에서 사사 시대의 백성들은 여호와도 알지 못하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행하신 일을 알지 못하는 세대라는 증언을 한다.

한글 성경 번역본은 여호와를 알지 못하는 세대를 “새로운 세대” 혹은 “다른 세대”로 번역하였다. 그렇다면 구약 성경 원문인 히브리 성경은 삿 2:10 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으며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맞는지 알아보자.

וגם כל־הדור ההוא נאספו אל־אבותיו ויקם דור אחר אחריהם אשר לא־ידעו את־יהוה וגם

את־ידעו את־יהוה וגם את־המעשה את־יהוה אשר עשה לישראל

그 세대 (여호수아 세대) 역시 그들의 조상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을 이어 일어난 다음 세대 (다른/ 새로운)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였다. 또한 그들은 그(하나님)가 이스라엘을 위해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다.

 한글 번역본 사이에 각각 다른 번역을 하는 표현은 דור אחר (도르 아헤르) 이다. “도르 아헤르”는 요엘서 1:3과 시편 109:13 에 등장한다.

עליה לבניכם ספרו ובניכם לבניהם ובניהם לדור אחר

이것에 대해 너희의 자녀들에게, 너희의 자녀들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그들의 자녀들은 이어 일어나는 세대에게 알려라 (요엘 1:3)

יהי־אחריתו להכרית בדור אחר ימח שמם

그를 잇는 후사가 끊어지게 하시고 다음 세대에는 그들의 이름이 도말되게 하소서 (시편 109:13)

위 성경 구절의 “도르 아헤르”를 “다음 세대 (next generation)” 혹은 “다른 세대 (another generation)” 으로 번역할 수 있다. 히브리어 단어 “아헤르”의 몇 용례를 찾아보면

1. אנשי נבו אחר חמשים ושנים (느 7:33) 

그 밖의 (아헤르) 느보 사람이 50명이요

כי שת־לי אלהים זרע אחר . 2. (창 4:25)

하나님께서 나에게 또 다른 (아헤르) 씨를 주셨다

3. בשנת האחרת. (창 17:21)

바로 다음 해에…

אלהים אחרים . 4. (출 20:3)

다른 신들…

등등의 용례들이 있다. 그렇다면 “도르 아헤르” 표현이 기록된 사사기 2:10; 요엘 1:3; 시편 109:13의 “도르 아헤르”는 위 용례들 중 어떤 뜻으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좋은 번역일까? 1번 (그 밖의)의 뜻의  “아헤르”를 위 성경 구절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4번 역시 좋은 번역은 아니다. “다른 신들” 이라 할 때 성경 저자가 말하는 “다른 (아헤르- 단수/ 아헤림 -복수)”는 이스라엘의 여호와 하나님과의 극명한 차별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2번과 3번을 적용해 보자.

아벨이 죽은 후에 아담과 하와는 셋을 낳았다. 이 때 “또 다른 (아헤르)” 씨를 주셨다 라고 표현한 것이다. 아벨과 셋은 – 사람이라는 점. 아담과 하와의 자식이라는 점에서 그 어떤 차이점 (difference)이 없다. 마찬가지로, 창 17:21의 다음 해 (following year) 에서도 작년. 금년. 내년 등 모두 해 (year) 라는 점에서 그 어떤 차이점이 없다.

추가하여 삿 2:10의 דור אחר אחריהם (도르 아헤르 아하레헴)에서 아하레헴 (אחריהם)은 “그들 (여호수아 세대) 다음으로/ 그들 (여호수아 세대)를 이어서” 라는 뜻이다. 이를 “도르 아헤르”와 함께 연결하여 번역하면, “그들 (여호수아 세대)를 뒤 이은 새로운 세대” 가 된다.

조금 더 문법적인 부분을 다뤄보자. "도르 아헤르 아하레헴"에 이어서 관계 대명사 “아쉐르(אשר)” 가 나온다. 이 관계 대명사에 이어 나오는 구절은 종속절로 주절의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이다. 종속절의 내용은 이렇다. לא ידעו את יהוה וגם את המעשה (로 야데우 엣 아도나이 베감 엣 하마아쎄) – 그들 (사사기 세대 – 도르 아헤르)은 여호와를 알지 못하였다. 또한 그가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다. "아헤르"를 다음이 아닌 다름으로 번역한다면 "다름" 이라는 형용사의 의미에 대한 부연 설명인 "여호와를 알지 못하였다. 또한 그가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다" 를 통해 다름에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 

사사기 세대에 대한 사사기 저자의 평가는 여호와도, 여호와께서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는 세대였다. 이것이 사사기 저자의 신학적 관점에서 본 사사기 세대와 여호수아 세대의 다른 점이다. 신학적 관점에서 “다른 세대” 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는 세대" 라고 풀어서 말하는 것은 성경 본문이 증언하므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도르 아헤르” 는 following generation or next generation (이어지는 세대/새로운 세대) 를 "다른 세대" 로 번역한 개역 개정판 번역보다 공동 번역, 새번역, 현대인 성경의 번역처럼 "새로운 세대" 로 번역한 것이 좋은 번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