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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Diary

뒤를 돌아보는 지혜

 가 혹은 자주 곁에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늘 사용하던 것이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혹은 사라져 버렸는지 알지 못해서 진땀을 뺐던 경험들이 한 두번쯤은 있다. 예를 들면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서 시원하게 볼일을 본후에 휴지걸이를 보니 휴지 걸이 뼈다귀가 덩그러니 빛을 발하며 약을 올릴 때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한번은 학교 수업 첫 시간에 출석부에 이름과 이메일 그리고 어떤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적으라고 A4지를 돌리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 흔하던 볼펜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좌우로 앉아 있는 친구들을 보니 열심히 뭔가 적고 있는 중인지라 부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혈서 쓰듯이 손가락을 깨물수도 없는 일인지라 눈 앞에 보이는 친구들이 쥐고 있는 볼펜을 향해 열열한 짝사랑을 하다가,  수업 끝난 후에 가서 적어본 경험이 있기도 하다. 



 사진: 에일랏을 향해  내려가는 길에 만난 마라톤 선수들...아직도 모른다. 왜 이 선수만 홀로 뒤로 달려 가는지...경기가 거의 끝나 가는 시간이 되어 차량 운행을 할 수 있도록 도로를 개방한 시간에 혼자서 뒤로 달려 간다. 혹 이 선수도 과거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달리는 것일까? 왜 뒤로 달리세요?????? :)


함께 있기에 소중한 줄 모르다가 비싼 수업료를 주고 깨달은 것이 있다. 최근 비바람이 몰아치던 새벽에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였다. 운전석 사이드 미러가 더 이상 일하기 싫다고 떨어져 나간 것이다. 아니..일 하기 싫으면 미리 경고를 하던가, 딜을 할 수 있도록 해야지 몇년 동안 잘 섬겨주더니 갑자기 스스로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다. 늘상 다니는 길이고 특별히 부딪힐 만한 것도 없는 길인데, 게다가 사이드 미러에게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 놈이 스스로 중대한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하도 이상해서 그 길을 다시 돌아보고 돌아보아도 사이드 미러가 그 무엇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장렬하게 전사하였는지를 알 수가 없다. 암튼 사이드 미러가 이별을 고한 순간부터 시작해서 전에 알지 못했던, 그리고 신경 쓰지 않았던 사이드 미러의 소중함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임시 방편으로 거울을 부착하고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며칠을 버텼지만 아침마다 차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새것으로 달아주기로 마음 먹었다. 

다시 새것으로 사려고 여기 저기를 알아보니, 모델이 구식이라서 쉽게 구할 수 없단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하고 발품을 팔아서 어렵사리 겨우 하나를 구해서 겸손히 인사를 드리고 그 귀한 사이드 미러님을 장착하였다. 그때 깨달았다. 그 동안 뒤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했는데 스스로 생명을 다한 사이드 미러가 마치 "뒤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시요!!!" 라는 메아리를 내 귀에 남기고 떠난듯 하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앞 일에 대한 궁금함, 기대반 걱정반으로 이것 저것 두들겨가며 계산해 가며 발을 내딛지만, 정작 뒤를 돌아보는 삶의 지혜에 대해서는 영양 실조에 빠져 있었다. 


사진: 에일랏을 101 Km 남겨놓고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동안 보니...애구 갈 길이 머네... 그나마 제일 가까운 곳이 페트라가 28 Km  인데,  문제는 국경 넘어 요르단에 있다는 것...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는 영화와 같은 일이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앞만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에게 가끔은 거꾸로 가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과거의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난다.  40 고개를 넘어가면서, 이제는 가끔 뒤를 돌아 볼 수 있는 삶의 사이드 미러가 필요한 시기가 된 듯하다. 가끔은 되돌아 보고 싶지 않은 일그러진 삶의 초상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를 볼 수 있는 삶의 사이드 미러가 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일은 우리의 거울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저희가 악을 즐긴 것 같이 즐겨하는 자가 되지 않게 하려 함이니" (고전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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