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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Diary

시내산 등정기 1

        바로 아랫동네이다. 그런데 지난 8년 동안 그 동네를 먼발치에서만 바라봤지 정작 가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가보겠지 라는 안연한 생각을 하다가는 결국 그 동네에 내 신발 자국하나 못 남기겠다 싶어서, 앞뒤 재어보지 않고 결정했다. 바로 그 동네의 끝자락에 시내산을 등정하는 것이었다. 한동안, 어쩌면 지금까지도 시내산의 위치를 두고 제벨 무사이냐 아니면 사우디의 라우즈 산이냐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지만, 사우디를 갈 수 있는 상황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곳이 맞다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제벨 무사 (전통적으로 인정하는 시내산)를 가기로 했다. 

 * 점심은 즉석 생우유로...
* 생우유 주지않는 젓소에게 똥침 공격... 

       새벽 3시쯤 예루살렘에서 차를 몰고 남쪽 국경인 타바를 향해 갔다.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지만  가는 도중에 광야에서 해오름도 보고 아침 식사도 하고 나서 타바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타바 국경에서 출국 수속을 받고 (출국비가 개인당 105세겔 - 한화로 대략 3만원 진짜 비싸다) 이집트로 넘어갔다. 입국 심사를 간단하게 받고 나서 앞으로 걸어가니 택시 기사들이 여기 저기서 몰려든다. 여기서 잠깐... 정보를 제대로 입수하지 못하고 여기 저기서 주워들은 정보만을 의지하면 안된다. 듣기로는 절대로 택시를 타면 안된다. 바가지를 쓴다 였고 조금 더 걸어가면 버스가 있다 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지만 정작 도착한 곳에는 택시뿐이었고 버스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물론 교통 수단 체계가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택시 정류장에서 시내산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보니 220 킬로미터, 생각보다 상당히 멀다. 아무튼 들은 정보에 의지해서 버스 정류장이 앞에 있겠거니 하고 짐을 끌고 아내와 딸을 뒤로 하고 앞으로 전진...택시 기사들이 따라오면 어디 가냐? 버스 없다! 라고 외쳐댔지만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콧날 세우고 앞으로 전진...근데 가도 가도 버스는 없다. 드디어 더 이상 가면 안되겠다 싶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택시 기사 왈...왜 내 말을 듣지 않냐? 버스 없다니까? 기싸움에서 Ko 패를 당하고 꼬리를 내리고 싶었지만 이제부터 흥정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나 너 택시 안탈거야? 라고 은근히 협박을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200 달러 내면 갈 수 있단다. 왠 200 달러...택도 없다. 난 한명당 20 달러해서 60 달러 이상은 절대 못준다...(220 킬로미터인데도 왠 배짱!!!) 라고 못을 쾅 박았다. 그랬더니 120달러 에서 조금 더 지나더니 70 달러까지 내려왔다. 사실 이정도면 되었다...만일 200 달러 이하로는 절대 안된다고 한들 다른 선택권이 없었는데,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곳 광야... 싯딤 나무 그늘 


       택시 기사는 70 달러로는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손님들과 동승을 해야 한단다. 오케이...그래서 다시 택시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 기사들의 대장 격에 해당하는 사람인양 주장하는 사람이 와서 얼마동안 머무냐? 어디 어디 가냐? 를 묻는다. 2박 3일. 시내산과 다하브. 그래 그럼 200 달러에 2박 3일 택시를 이용해라. 그리고 가격은 200 달러! 머리속에서는 계산기가 굴러가고 있는데, 경험이 없으니 이게 좋은 가격인지 알 수가 없다. 이때 좋은 결정을 하는 방법은 쉽게 가는 것이다. 후회하더라도.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과 딸 앞에서 째째하게 200 달러(???) 때문에 택시를 타지 못하는 못난 아빠가 되어서는 안된다 싶어서 흔쾌히 울면서 겨자를 먹으면서 오케이...

 * 시내산 아랫자락의 어린 친구들 


       함께 동승한 아랍 사람들은 이스라엘 아코에서 휴가를 왔단다. 아코하면 지중해변에 있는 도시로 나도 여러번 가본 곳..그래서 가면서 아코 애찬을 침을 팍팍 튀겨가며 늘어놓고 금새 친구가 되었다. 약 30분 뒤에 그 친구 가족이 내렸고 이제부터는 우리 세 사람뿐이다. 기사 아저씨는 말이 없다. 먹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던 간식을 주니  고맙다고 한다. 먹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먹은 듯...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서 이집트는 소요가 계속 되었고 관광객이 끊긴지 벌써 몇개월째 그런 생각을 하니 200 달러....로 흥정을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과 이집트의 광야를 보면서 드디어 시내산에 도착하였다. 시내산 입구에 도착을 하면 케더린 수도원이 있는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서 표를 구입한다. 뭐 일종에 입장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기억으로는 6달러 정도 였던 것 같다. 그곳에서 만난 한 점원이 우리말로 인사를 한다 할아버지, 아주머니 안녕하세요...나는 쌀라말레쿰, 아랍어로 인사를 하고...슈쿠란 - 고맙다-으로 화답을 하고 그렇게 케더린 마을로 입장...

* 시내산에서 만난 목동 친구들

      시내산에 도착하니 산장 호텔들이 여려개가 있다. 오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한 호텔로 들어갔으나 예상외로 호텔이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상외로 좋다는 말...방에 들어가니 모기들이 왠 떡이냐 라는듯 기다리고 욕실의 물은 무릎을 꿇은 자들에게만 샤워를 허락한다. 겸손을 배워야지..

      샤워를 마치니 시간이 대략 6시를 넘긴듯. 동네 구경을 하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동네로 들어갔더니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길에서 놀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바로 포즈를 취한다. 아이들과 함께 잠시 사진도 찍고 사진를 찍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사진기도 맞겨보고 하면서 시간을 보낸 후, 마을 산 중턱을 보니 염소 몆마리가 보이고 어린 목동들이 있다. 산 중턱까지 헉헉대며 올라갔다. 여기서 중턱이라는 것은 산 아래에서 약 20 미터 정도 높은 곳...은근히 높은 곳을 기대한 분들에겐 쏘리...

* 저 산 너머 어딘가에 시내산 정상이 있다.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처음엔 거부..왜 그래 하면서 아래에서 어린 친구들을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더니 벌써 포즈를 취하기 시작한다...그렇게 그 아이들과 근 30분 정도를 보냈다. 이번엔 아이들이 사진을 찍어주겠다면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주변의 바위들은 떨어뜨리기만 해봐라..그냥 박살을 내주지..라고 하지만 어쩌면 처음 카메라를 볼 수도 있는 아이들일 수 있기에 그냥 빌려 주었다. 이네 사진사가 된 아이들은 포즈를 취하라면서 마구 셔터를 눌러댄다....

      아쉽지만 그렇게 아이들과 헤어지고 나서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근데 아이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지만 사용한 말은 아마 두세마디 였을뿐...웃음과 손짓이면 오케이...

      배가 무진장 고팟기에 저녁 식사를 은근히 기대했지만 그날 아침에 만나를 준비하지 못한 탓에 그날 저녁 식사는 참 그랬다...그래도 어디인가 나의 위장이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이제 새벽 일찍 일어나서 시내산 등정을 하면된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새벽 1시에 깨워달라는 부탁을 하고 바로 취침...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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