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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Diary

시내산 등정기 2

       사실 산하고는 별로 많이, 그렇게, 그저 그렇게 친하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등정 혹은 정복하였던 산들을 나열해 보면, 먼저 어릴적 집 뒤에 있다 해서 붙여진 뒷산, 안양의 수리산, 안양의 갈멜산, 도봉산, 그리고 교회 행사로 끌려 올랐던 치떨리는 치악산, 그리고 군복무 당시 셀수 있을 정도로 올랐던 무명산(Nameless Mountain). 이 정도면 명함을 내밀만한 수준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문제는 산의 높이이겠지만 그것까지 자세히 언급할 여백이 없다. 

* 해오름 기다리기...

      시내산의 높이는 대략 7497 피트이다. 왠 "피트" 솔직히 말해서 고도를 "피트"로 하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구지 몇미터가 되는지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 산을 등정하기 위해 일어난 시간은 새벽 1시를 약간 넘긴 이후였다. 무릎을 꿇고 겸손히 욕조 수도꼭지에게 인사를 한후, 옷을 차려 입고 산오름 입구로 갔다. 호텔에는 우리 가족외에 7명이 더 투숙중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산 입구에 가니 어디에서 잠을 자고 왔는지 족히 1-2백명은 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내산에서 투숙하지 않고 다른 먼곳에서 팀을 모아서 온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도 더 싸다. 돈 이야기가 나오니 마음이 조금은 쓰리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했다고 위로를 하며 다른 팀에 휩쓸려서 산을 오르기 위해 입구를 통과했다. 

* 아내의 해오름 기다리기 

      그때 복병이 나타났다. 입구를 지키던 혹은 그냥 앉아 있던 베두인들이 가이드 있냐고 묻는다. 나는 바로 난 이스라엘에서 왔다. 그래서 가이드가 필요없다 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궁시렁댔다. 재차 가이드 어디있냐라는 말에, 또 다시 힘을 주어서 난 이스라엘에서 와서 가이드가 필요없다. 그랬더니 나한테 경찰관 한테 가보라고 한다. 왠 경찰관.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것이 죄인가 싶어 당당하게 경찰관에게 가서 또 다시 한번 난 이스라엘에서 왔다. 그래서 가이드가 필요없다 했더니 딱 한마디 한다. No Guide No Mountain 기가 막힌 영어이다. Never Give Up! Never Give Up! and Never Give Up! 이라는 명언 이상으로 멋진 말이다. 


* 난 내 딸이 기도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 안타서 고마워요...스마일 낙타의 말


       바로 돈을 주고 가이드를 고용하였다. 후세인! 가이드 비용은 20달러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함께 한다고 한다. 후세인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번엔 낙타부대이다. 여기 저기서 낙타 낙타 낙타! 를 외친다. 후세인도 낙타를 타는 것이 편하다. 좋다. 그리고 빨리 간다 라고 말한다. 마치 No Camel No Top of Mountain! 이라는듯... 그러나 난 이스라엘에서 왔다. No Camel But I will stand on the Top!


* 시내산에서  내려오는 중

       근데 이 낙타부대는 아랫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는 도중 어두캄캄한데, 갑자기 낙타! 낙타! 를 외친다. 깜짝 깜짝 놀래기도 했는데, 더 심한것도 있었다. 좁은 길가에 하얀옷을 입고 누워 있다가 갑자기 미이라가 일어나듯..."낙타 타쇼" 애구 깜짝이야!!! 이거 아주 조심해야 한다..잘못하면 간이 콩알만해질수 있고 실수로 놀라서 "예수 (Jesus)" 가인 예스 (Yes)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낙타 낙타 타낙 낙타 타낙 소리를 들으면서, 옆에서 앞에서 후세인의 눈물어린 호소. 낙타 타라...휴게소에서 뭐 사먹어라...라는 유혹을 물리치면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휴게소는 많이 있었다. 물값도 그리 비싸지 않은 1-2불정도...산 중턱쯤 올라왔을까? 아마 2시간 가까이를 걸은듯 하다. 딸 채림이가 힘들다고 하지만, 다행히도 엎어달라고 하지 않는다...중턱까지 낙타부대가 있었지만 채림이를 태울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올라온것이 어디인데...


* 시내산에 암벽화 하나 그려놓고...


       아마 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거의 다 올라왔다고 생각할때쯤 되었을때 진정한 등산가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만났다. 바로 악명이 높다는 700 계단. 말이 계단이지 돌을 쌓아놓아 산 오르기를 더 힘들게 만드는 장애물들이다. 그냥 아주 힘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모세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고 싶다. 꼭 그 산을 올라가야 했냐고...산장쪽에 좀더 낮은 산도 있던데... 

       그렇게 산 정상까지 올라왔다. 산 정상에는 모세 기념교회와 함께 회교 사원이 있다. 아내와 딸, 채림이가 춥다고 회교 사원으로 들어가 있겠다고 한다. 안을 보니, 남자들뿐...괜히 들어갔다가 산에서 당장 내려가! 라는 물을 들을 수도 있다. 홈 그라운드도 아니고 원정을 왔으니 괜히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냥 버티라고 했다. 참 여기서 아내의 어록을 한마디 해야겠다. 산 정상에 올라왔을때 온갓 미사 여구로 시적 표현을 할법도 싶은데..."정상이네!" 이 한마디... 그게 다였다. 


* Attention 하세요...


       정상에서는 해오름을 기다리는 이들...성경을 읽는 이들 그리고 기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쪽편에 자리를 잡고 기도를 잠시 한후에 해가 떠 오르기를 기다렸다. 힘들게 들고간 카메라와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삼각대에 부착하려는 순간...그 찰나에 갑작스럽게 집이 생각났다. 왠 집? 카메라와 삼각대를 연결시켜주는 그 이름도 알수 없는 장치를 집에, 호텔도 아니고 집에...호텔이라면 당장 뛰어 내려가서 가져오겠건만...집에 놓고 온 것이다. 그 무거운 삼각대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오름을 보고 나서 예배를 드렸다. 무엇이든지 오르기는 힘들어도 내리막길은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법이다. 왜 이리도 빨리 내려오게 되는지 그렇게 산을 내려왔다. 오는 도중 함께 올랐던 후세인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무슬림과 기독교인과의 어울릴것 같지 않은 대화이지만 그에게도 복음은 필요하다. 

* 잘생긴 가이드 후세인...


       산을 내려와서 후세인에게 30달러를 주었다. 생각해 보면 그 새벽에 함께 동행해 주었는데 30 달 러를 줘도 고마울 뿐이다. 페이스북이 있다고 해서 연락처를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뭔가 잘못된 듯 하다. 사진을 보내줄 수가 없다. 페이스북의 후세인이 그 후세인인지도 모르겠다...포기했다. 그렇게 산을 내려왔다. 케더린 수도원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고 기다릴 체력도 없고 해서 포기하고 호텔로 향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 산에서 떨고 있는 중...잘 보면 비닐 봉지가 보인다..예루살렘에서부터 가져온 가방..


* 해오름을 기다리는 이들...



* 아내는 이것이 달걀인줄 알았다고... 아님 오리알..아님...공룡알이던가? 

 
 * 저기가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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